카미조「오늘부터 아이템의 일원이 된 카미조입니다!」, 역주 번역


카미조「오늘부터 아이템의 일원이 된 카미조입니다!」 전편

SS는 대단히 독특한 갈래다. Side Story의 약자라지만 이미 본래 뜻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이제는 주로 일본 5ch(전 2ch)에서 연재되며 대개 대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특정한 양식의 팬픽션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통하고 있다. 아무리 서술이나 묘사가 적어지고 대사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오늘날 웹소설의 흐름이라지만 SS는 극단적이다. 차라리 읽는 희곡이라고 해도 좋을 이 특이한 팬픽션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낮은 진입장벽과 특유의 매력으로 오늘날까지 많은 오타쿠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SS지만 그중에도 가장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아이돌 마스터”와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이다. 여러 마토메 사이트에서만 각각 2,000개 넘는 작품을 찾아볼 수 있는 이들 SS 중에는 원작만큼이나 재기 넘치는 발상과 매력적인 전개가 가득한 작품도 넘친다. 회화체가 주가 되는 갈래인 만큼 번역도 여타 라이트노벨이나 ハーメルン발 팬픽션에 비하면 훨씬 쉽다. 그러나 SS라는 갈래 자체가 생소해서인지, 아니면 파파고가 너무 유능해져서인지, 아쉽게도 국내에 번역돼 소개되는 SS는 많지 않다.

이번에 번역하게 된 “카미조「오늘부터 아이템의 일원이 된 카미조입니다!」(上条「今日からアイテムの一員になった上条です!」)”도 그렇다.

2013년 작품을 처음 접한 뒤, 이 작품을 번역하는 것은 내 숙원사업이었다. 작품이 워낙 길고 생활이 바빠 엄두를 못 내는 사이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당연히 애저녁에 번역됐을 거라 생각하고 반쯤 포기하고 있던 이 대작이 네이버 블로그에도, 이글루스에도, 타입문넷에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수많은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팬픽션이 있지만 단언컨대 이 작품이야말로 그중 백미다. 같은 작가의 “佐天「佐天さんの学園都市七大不思議探訪っ!はっじっまっるっよーーー!」”도, “バードウェイ「ようこそ、『明け色の陽射し』へ」 ~断章のアルカナ~”도 원작의 팬이라면 단연 필견이다. 모두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훌륭히 변주해내며 캐릭터의 매력을 140% 끌어내는, 작가 특유의 재기 넘치는 재해석이 빛나는 작품들이다. 원작이 신약에 이어 창약까지 내놓으며 더는 “라이트노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먼 곳에 가버린 지금, 이런 단순한 매력은 더욱 빛이 난다.

물론 번역은 쉽지 않았다. 일본 라이트노벨 특유의 종결어미 컨셉충들도(나는 아직도 요미카와가 밉다.), 사전에도 없는 수많은 속어와 음성상징어들의 향연도(“ズシャァァッ!!!”는 아직도 어떻게 옮겨야 할지 모르겠다.) 이미 각오한 바였지만, 최대의 복병은 패러디였다. 마토메 사이트에 달린 어느 현지 독자의 댓글을 옮기자면, “이 작가, 이야기는 재밌지만 무슨 패러디인지 모르면 넘어가야 하는 패러디를 너무 막 쑤셔넣어서 흐름이 끊긴다니까(この作者、話は面白いけど元ネタ知らなきゃ置いてけぼりのネタを詰め込みまくるからテンポが悪いんだよね).” 그리고 번역을 하기 시작해 더이상 모르는 패러디를 넘어갈 수 없게 되자 번역 난이도는 급상승했다. 7년이나 지난, 현지 오타쿠조차 다 알아듣지 못하는 수많은 패러디를 추측에 구글링을 거듭하며 때려맞추는 작업은 지옥같았다. 물론 이 문제로 작가를 탓할 수는 없다. 작가도 설마 7년이나 후에 현해탄 너머 한국인이 이걸 구태여 번역하리라고는 생각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7년이 지난 덕에 더 쉬워진 번역도 있었다. 예컨대 “いちゃいちゃ.” 전 같으면 굳이 “는실난실”이라는 사어를 끌어다 써야 했겠지만 이제 “꽁냥꽁냥”이라는 신조어 덕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テンション”도 골머리깨나 썩이는 단어였지만 이제는 “억텐,” “찐텐” 같은 말이 유행한 덕분에 그대로 “텐션”으로 옮길 수 있었다. “リア充”? 이제 “인싸”가 있다. “츤데레”는 조만간 사전에도 실릴 기세다. 물론 아마추어라는 방패도 한껏 써먹긴 했다. 조금 과감한 의역도 용서받을 수 있는 속 편한 입장인 것이다. 덕분에 언어유희를 과감히 번안하거나 5ch을 디시인사이드풍으로 옮기거나 하며 작업을 더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원본에 대한 존중은 잊지 않고자 노력했다. 작가의 말까지 생략하지 않고 온전히 완역했으며, 표준어는 표준어로, 비속어는 비속어로 각각 구분하여 번안했다. 서구권 이름은 애니메이션 공식 사이트에 실린 로마자와 교차검증하여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정발본 번역을 버리고 원어에 가깝게 바꾸었다. 벤토(Vento), 알레이스터(Aleister), 오르솔라(Orsola), 오리아나(Oriana) 등이 이런 과정을 거쳐 수정되었다. 그밖에 ○표로 검열된 것 중 국내법에 문제되지 않는 것은 본래 단어를 밝혀 적음으로써 가독성을 제고하였다. 그럼에도 만약 읽으면서 어려움이 있으셨다면, 전적으로 내 번역의 잘못임을 이 자리를 빌어 분명히 한다.

이렇게 “카미조「오늘부터 아이템의 일원이 된 카미조입니다!」”의 번역을 마쳤다.

A4용지로 535페이지. 자수로 322,052자. 결코 짧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덕분에 사랑했던 작품을 7년 만에 다시 만나고, 이 즐거운 경험을 여러 한국어 독자들과 나눌 수 있었다. 아직 각 캐릭터의 분기별 엔딩을 다룬 “上条「今日からアイテムの一員になった上条です!」【アフター】”이나 외전 격인 “禁書多数決安価SS 「今日は平日」”이 남아 있지만, 우선은 여기서 멈추고자 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번역하면서 스스로 “와 씨 오졌다리 오졌다”라고 생각했던 번안을 몇 개만 아래 소개하며 역주를 마무리한다.

원래 번역안은 “카미조 씨의 카미좆”이었다.

솔직히 기가 막혔다.

이걸 탐폰이라고 때려맞춘 내 인생이 레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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