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의 게임 : 2014 올스타 / 3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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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G는 벼랑 끝에 몰렸다. 

세트스코어는 2대0. 이제 더는 비장의 수도, 기적의 전략도 없었다. T1이 신드라라도 풀어주기를 기대해야 했다. 사실상 있을 수 없는 가능성이었다. 없어야 했다. 

그런데 최후가 될 수도 있는 3세트의 서막, T1이 신드라를 밴에서 풀고 있었다.

OMG는 경악했다. 

수싸움이 꼬였다. 초시계가 째깍거렸다. 실체 없는 공포가 OMG의 심장을 사로잡고 있었다. 뭐지? 고작 2세트만에 벌써 파훼해버렸단 말인가? 어떻게? 카운터픽으로? 라인전으로? 한타로? 운영으로? 

아니, 신드라는 풀려났으나 OMG는 가져갈 수 없었다. 감히 가져갈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저 신드라는 정상이 아니다. 독이 든 성배다. 저 T1이 무언가 다시 상식과 합리를 희롱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의심은 옳았다. 

신드라가 픽된 순간, 프랑스 파리에 탄성이 울러펴졌다. 

그제야, 게임을 지켜보던 전 세계 삼천이백만 소환사들은 T1 K의 저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저 귀환한 왕은 리그 최고의 이벤트의 대단원을 장식하기에 부족함 없는 무대를 준비한 것이었다. 무대를 뒤흔드는 환호 속에서 신드라를 차지한 주인은 웃고 있었다. 

xiyang이 아니었다. 
페이커가 파리 제7의 챔피언으로 신드라를 꺼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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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건 꼬마 김정균 코치의 방식이 아니었다. 
“꼬치”는 2세트에서 그랬듯 변수를 제거하는 확실한 승리의 방법을 선호했다. 
이 밴픽에 짙게 드리운 그림자는, 페이커의 것이었다. 

물론 胡彬과 이상혁은 국적도 언어도 달랐다. 그러나 소환사 xiyang은 같은 소환사인 페이커의 저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세트 패배한 상대의 챔피언을 빼앗아오는 이 픽은 만국 칠천만 소환사의 공통언어였다. 이건, 게이머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발이었다.

아니, 단순한 도발이 아니다. 상대는 페이커다. 일찍이 그의 이명이 페이커 아닌 고전파이던 시절 신드라는 그의 상징이었다. 빈약하고 난해하기만 하다던 바로 그 신드라를 모스트픽으로 기라성같은 대한민국 소환사들을 모조리 격침시키고 솔로랭크의 왕좌에 앉았던 그였다. 

바로 그랬던 페이커, 아니, 고전파가 픽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건 “한 수 가르쳐주마” 라는 의미였다.

잠시 표정이 굳었던 xiyang은 이내 단호히 픽을 올렸다.
xiyang이 픽한 것은 오리아나: 1게임에서 페이커가 사용했던 바로 그 챔피언이었다. 
도발은 받아들여졌다. 이 올스타전에서 누가 진정한 별인지 가릴 차례였다.

서로 1세트의 챔피언을 바꿔든 3세트 두 미드라이너의 곁에 팀이 도열하기 시작했다.

임팩트의 쉬바나가, 벵기의 리신이, 피글렛의 베인이, 푸만두의 자이라가 페이커의 신드라와 함께 전열을 갖췄다. Gogoing의 문도, pomelo의 엘리스, san의 루시안, Allen의 쓰레쉬, 그리고 xiyang의 오리아나가 대오를 맞추어 섰다. 

그렇게 소환사의 협곡에 도열하기를 마친 챔피언들은 일제히, 칼을 뽑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 2014 올스타에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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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는 누구의 것인가.
전 세계 칠천만 소환사들이 던지는 그 질문에; SKT T1 K가 답하고 있었다.

피글렛이, 푸만두가 답하고 있었다. 

대단원을 장식할 챔피언은 역시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베인과 자이라였다. 상대는 당대 최강이라던 루시안 쓰레쉬 조합이었으나, 무의미했다. 문제는 챔피언이 아니라 파일럿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베인과 자이라로, 피글렛과 푸만두는 라인전을 박살내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한 OMG는 바텀으로 모였다.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그러나 너무 합리적이었다. 당연히 T1도 알고 있었다. 
임팩트의 쉬바나가 엘리스의 뒤를 쫓아 그 숙명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임팩트가 답하고 있었다. 

날개를 펼치는 임팩트의 쉬바나는 적이 몇 명이 달려들어도 무너지지 않던 시즌3 불굴의 보루. 이제 돌아온 T1의 용이 아가리를 벌리고 다시 불을 뿜었다. 세 챔피언의 작렬하는 공격을 그대로 받아내며 밀어버린 쉬바나는 쓰레쉬의 목을 물어뜯어버렸다.

벵기가 답하고 있었다.

필사로 도망치는 문도를 그의 리신이 덮쳤다. 그렇게 OMG의 탑 바텀은 끝났다. 이제부터 게임은 T1의 게임이었다. 이제 다시 소환사의 협곡 전 라인이 T1과 벵기의 지배 아래 놓이고 있었다. “정글의 신” 앞에 역전은 허락되지 않았다.

왕좌는 누구의 것인가.

그 리그의 질문 앞에, 최후로 페이커가 답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 선 것은 오리아나도, 니달리도, 야스오도, 트위스티드 페이트도 아니었다. 류와의 일기토에 빛나는 제드도, 온 파리가 페이커를 연호하게 했던 르블랑도 아니었다. 다시 “오래된 연인” 신드라와 함께, 페이커는 전장에 섰다.

어쩌면 그 조숙한 열여덟 살의 프로게이머도 감상에 젖었을지 모른다.

게임이 좋아서 게임만 하던 소년이 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되기까지 겨우 1년. 그 천 년 같은 1년 사이 영광이 있었다. 부침이 있었다. 수많은 것이 변해 다시는 전과 같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그가 잡은 신드라는 여전히 열여섯 살 소년시대와 같았다.

분명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도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것처럼, 신드라는 내민 주인의 손을 잡았다. 변하지 않았다. 그도 같았다. 소환사의 협곡을 향해 눈을 드는 페이커에게 미혹은 없었다. 그는 여전히 고전파이자, 페이커이자, 이상혁이었다.

2014년, 페이커의 시대는 이제 겨우 여명을 맞았을 뿐이었다. 

왕좌는 누구의 것인가.

그 리그의 질문에 SKT T1 K 페이커는; 예의 그 천재적인 전투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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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yang의 신드라는 이렇지 않았었다. 
페이커의 오리아나는, 분명 이렇지 않았었다. 

픽을 바꾼 지금 더는 변명의 여지조차 없었다. 그것은 명백한 미드차이였다. xiyang의 오리아나는 고전파의 신드라의 신기에 가까운 맹공에 견디지 못했다. 급히 난입한 적 엘리스의 공격조차 신드라는 점멸조차 없이 피해버렸다. 마침내 적 문도마저 동원됐다. 이제 전장은 3대1.

그러자 도리어 신드라가 뒤돌아섰다.
고전파는 도망치지 않는다.
똑바로 든 그 손가락이 오리아나를 겨누고, 그대로 삭제해버렸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마법과도 같은 전투에 파리는 환호했다. 

이제 협곡 위로 드리우는 거대한 그림자는 저 유명한 T1의 “날개의 휘장”의 것이었다.

게임의 최종국면, SKT T1 K의 챔피언들은 집결하기 시작했다. 
그 앞에 필사로 본진을 사수하는 OMG가 있었다. 
리그는 묻고 있었다. 왕좌는 누구의 것인가, 하고. 

SKT T1 K의 다섯 소환사들은 진격으로서 답했다. 

최후를 직감한 관중들이 자리를 박차고 있었다. 대회전 끝에 산산이 부서지는 OMG의 넥서스를 목도하며 울려퍼지는 환호가 경기를 지켜보던 삼천오백만 시청자들에게 왕의 귀환을 알리고 있었다. 2014년 파리의 왕좌에 주인이 정해지고 있었다. 

그 승자: 귀환한 왕, SKT T1 K. 전승우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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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한 T1 멤버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유럽의 중심 프랑스 파리에 태극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 순간 모든 LCK 팬들이 함께 환호했다. 

그랬다. 이 순간 비로소 LCK는 명실상부한 최강의 리그로 거듭난 것이다. 

몰락했다던 SKT T1 K가 세계무대에서 저토록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저 T1 뒤에는 삼성이, 나진이, CJ가 버티고 있었다. 저 옛날 스타리그의 시대부터 이어진 e스포츠의 종주국 대한민국이, 이제 새로운 게임으로 귀환하여 그 정당한 왕권을 주장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LCK의 시대가 그 찬란한 막을 올리고 있었다.

일어선 T1 K의 다섯 소환사들 앞에는 라이엇이 그들에게 바치는 영광이 준비되어 있었다. 

파리의 환호 속에서 무대에 오르는 “임팩트” 정언영, “벵기” 배성웅, “피글렛” 채광진, “푸만두” 이정현, 그리고 “페이커” 이상혁은 이 순간 의심의 여지 없는 리그의 패자이자 전 세계 칠천만 소환사의 정점이었다. 

함께 T1을 상징하는 손가락을 높이 올리며 그들은 웃었다.

2014년 파리는 그들, SKT T1 K 다섯 소환사들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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