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갤폭발 시나리오, 에피소드 03; 전설과 신화 소설


"며칠동안 연습을 하는데요――"

한참을 말이 없이 앉았던 윤열은 문득 그렇게 운을 떼었다.

"자신이 없더라구요. 질 것 같았어요. 재윤이가 너무 잘해서요."

진짜루요. 거듭 그렇게 말을 하는 그는 잠시 후면 MSL 결승전을 치를 테란의 천재 이윤열이다. 지는 것이 어색하고 이기기가 어렵지 않아 이번 시즌 그의 승률은 트리플 70%를 가볍게 넘고 80%를 앞뒀다. 그런 이윤열이 결승전에 나서면서도 자신이 없다는데―― 김양중 감독은 이를 도대체 어떻게 격려해야 할지 난감했다.

"네가 재윤이보다 훨씬 잘 해."
"아니에요. 저번 결승서도 졌잖아요. 커맨드도 먹히고."
"긴장해서 그랬었지. 신한 마스터즈선 이겼잖아. 신경 쓰지 마라."

그렇게 위로하면서도 긴장하는 것은 김양중 뿐이었다. 윤열은 오히려 웃고 있었다.

"신경 쓰여서 고민해봤어요. 그런 류의 저그, 해법 찾은 것 같아요."

그리고 그는 자리에서 떨쳐 일어섰다.

문을 나서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아찔한 환호성이 쏟아졌다. 까마득한 십년 전부터 그를 응원하던 목소리가 시간을 넘어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이윤열. 그 이름 석 자만으로 이 재주 있는 남자는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홀리고 휘어잡아 십년 여를 열광케 만든다. 이제 열흘째를 맞는 붉은 꽃은, 아직도 붉은 채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을 희롱한다.

"드디어 입장하고 있습니다!"

경기장을 가르는 반대편에선 마재윤이 들어오고 있다. 2007년의 어느 춥던 봄날처럼, 이제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난 둘은 서로의 얼굴을 발견하자마자 새파랗게 날이 서 서로를 마주보았다. 김철민 캐스터의 고함이 아우성과 침묵을 일시에 가른다.

"MSL을 정복하기 위해 등장하는 이 대단한 선수들을, 여러분, 박수와! 환호로!"

그러나 이미 더 나올 환호가 없었다. 더할 박수도 없었다. 경기장은 송곳 하나 꽂을 틈도 없이 가득 차 들끓고, 무대로 나아가는 두 선수의 모습을 좇아 열광했다.

무대에 오른 이윤열과 마재윤은 서로 말이 없었다. 둘 다 서로가 트릿했다. 이윤열은 2007년 결승의 악몽을 곱씹었고, 마재윤은 십년을 두고 해 처먹은 이 징그러운 인간이 아직까지 살아서 다시 결승에 올랐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이다. 그 십년동안 은퇴를 한 사람이 몇이고 퇴물로 주저앉은 사람이 몇인데, 이윤열, 이 한사람만은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있다.

"저는――"

결승의 각오를 묻는 김철민의 닥달에 이윤열은 그렇게 말하다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저는 전설로 남고 싶――습니다."

또 싶습셒습 얘기가 나올까봐 저어해서 일부러 발음에 정성을 들인다. 이번엔 제법 잘 되긴 했는데, 또 부러 신경을 쓰는 모습이 우스운지 관중들 사이에서는 와아 웃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말을 한 이윤열도 쑥쓰러워 헤죽 웃고 말았다.

"한 번 이 얘기를 했는데, 그 때는 못했습니다. 이번엔 꼭 전설이 되고 싶습니다."

말을 듣는 다른 한 사람, 마재윤만은 감히 웃지 못했다.

이제는 저 말이 우습게 들리지가 않았다. 본좌 마재윤도 나이가 들었다. 십년을 해먹은 저 이윤열이라는 사람의 피나는 노력과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볼 만치는 되었다. 한 번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이제는 안다.

"마재윤 선수?"
"경기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거듭 묻는 김철민 캐스터에게 마재윤은 이를 악물었다. 할 말을 경기로 갈음하여, 나를 향한 모든 의문과 도전을 쓸어 없애겠나이다―― 하고. 시퍼렇게 날이 선 그의 눈이 장중을 둘러보자 그의 팬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마재윤은 비로소 약속한 칼을 뽑아들었다.

악몽 같은 전쟁이 시작되었다.

두 해 세월을 넘어 망령처럼 되살아난 이윤열이 마재윤을 기어이 압도하고야 말았다. 불꽃 러쉬로 시작된 이윤열의 저그전은 마재윤의 심장에 푹 푹 박혔다. 마재윤은 어이 없게 한 판을 지고 다시 한 판을 이윤열에게 허락했다. 스코어는 2대 0. 어게인 2월 24일을 약속해놓고, 거꾸로 3월 3일의 악몽의 기로에 선 마재윤은 등골이 오싹했다.

죽은 이윤열이 산 마재윤을!

"이윤열 선수, 다시 라인을 긋기 시작합니다!"

맵 한가운데로 거대한 장막이 드리워지고 있다. 마린, 메딕, 탱크―― 더하여 서플라이 디포로 두텁게 다져진 라인은 바야흐로 맵을 반으로 가르며 마재윤에게 반반 싸움을 강요하고 있었다. 마우스를 틀어쥔 마재윤은 이를 갈았다.

"저거, 저거 뚫어야 합니다, 마재윤 선수. 저거에 세 경기를 내리 당할 수는 없습니다!"
"김택용 선수를 이겼는데요! 최악의 천적 김택용을 이겨놓고! 마재윤 선수, 여기서 설마!"

마재윤이 몰아칠 여지도 주지 않고, 그 지휘가 맵을 뒤흔들 틈도 주지 않고. 이윤열은 축성을 하고 있었다. 싸우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길목마다를 틀어막고 시나브로 다가오는 테란의 진영은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다. 달려드는 저그에게 손해를 강요하고 있다.

마재윤이 손자병법을 들고 나오자 이윤열은 그 앞에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들이밀고 있었다. 공격을 하는 측은 보다 먼저 지치고, 먼저 나가떨어진다. 압도적인 승리 없이 시간이 흐르게 되면 양측의 전력이 역전되는 시점― 한계정점이 도래한다. 마재윤은 질 것이다. 맵의 반은 이미 천재 이윤열의 것이고, 그의 천리장성은 점차 전진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마녀는 말합니다! 저기 저 숲이 움직이지 않는 한, 너는 절대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습니다! 마재윤 선수, 여기까지 불패의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현학적인 목소리로 서사시를 읊는 이승원의 목소리는 점차 떨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비로소 때가 온 겁니다! 이윤열이 저기 저 성! 철의 장막을 들고 옮기고 있습니다!"

마재윤의 무덤이 이곳에 마련되었다.

이윤열의 철의 장막은 다시 한 걸음을 나와 드리웠다. 값싼 서플라이 디포가 제차 길목마다 자리잡아 진입로를 틀어막고, 도열한 마린과 탱크들이 전진하여 자리를 잡았다. 다섯 시 멀티가 삽시간에 탱크의 포격권에 다가들었다. 가스체취소에 포격이 떨어지면서, 마재윤의 이성은 마비되었다.

그의 종족은 굶주리고 있다.

"뚫어야지요, 뚫어야 합니다! 기다리면 주저앉을 뿐입니다!"

자원에, 피에, 승리에 굶주렸다.

제4종족 Savior는 이렇게 무너질 수 없다. 승리를 장담했던 마에스트로는 이제 전진밖에 할 도리가 없다. 칼집에 꽂았던 칼을 뽑아들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본좌 마재윤은 정점을 찍었던 병력을 끌어모았다. 울크라리스크, 저글링, 럴커, 히드라리스크, 디파일러가 삽시간에 센터 길목으로 군집했다.

"이번 한 번의 공격으로 단숨에! 지치지도 않고 저 철의 장막을 찢어버려야만!"

목숨을 내놓아라.

그렇게 되뇌며 마재윤은 틀어쥔 지휘봉을 떨었다. 전부 저기 가서 죽어라.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서 죽으면 그로 족하다. 너희의 목숨을 마에스트로가 원한다. 너희의 죽음을 본좌 마재윤이 기억할 것이다. 견적필살[見敵必殺]! 견적필살!

군집하는 마재윤의 병력이 워포그 안으로 선뜻선뜻 스친다. 그 거친 해일의 앞에서, 천재 이윤열은 눈을 시퍼렇게 떴다. 칼을 틀어쥐는 그의 손에는 떨림이 없었다.

"탱크 불어난 것 보십시오, 저거! 저거 게임 시작하고 나서 계속 쌓인 거란 말입니다!"
"마재윤 선수 저 탱크 놔두고는 이 라인 못 뚫어요, 이 라인 뚫으려면! 저 탱크를 어떻게!"

마재윤의 명석한 머리는 해법을 찾고자 골몰한다.

결국 피로 길을 열고, 시체를 쏟아부어 해자를 메우는 말도 안 되는 수작밖에 없다. 스웜을 일시에 드리우고 길목을 들이쳐 바이오닉 병력을 사그리 녹여버리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압도적인 화력을 보전한 채 탱크까지 통채로 짓밟아야―― 그래야 희망이 생긴다. 그래야 저 천리장성을 뚫어낸 의미가 있다.

마에스트로의 디파일러는 전능하다. 더하여 그의 병력은 막강하다. 해낼 수 있다. 이를 악문 마재윤은 지휘봉을 휘둘러 내렸다. 그가 지휘하는 장중한 레퀴엠이 시작되었다.

"시작합니다, 시작합니다, 시작합니다! 마재윤 선수! 드디어 일제돌격을 개시합니다!"
"스웜! 그렇죠! 저 한 발 앞선 스웜이야말로 본좌 마재윤의 트레이드 마크 아닙니까!"
"단숨에 뚫어내야 합니다, 더 기다려서야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질 밖에 없습니다! 단숨에!"

늘어선 탱크의 포구들이 일시에 불을 뿜었다. 사방천지로 진동하는 포성에 귀가 멀고 눈이 아찔했다. 스웜 아래 마린의 화력이 삽시간에 무력화되고, 불타는 서플라이 디포들에 달려드는 저글링들은 포격으로 녹아나기를 반복한다. 소모전, 소모전, 소모전!

피바다를 지나 울트라리스크가 전면에 비로소 나섰다. 막대한 병력을 부어넣으며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 접근조차 못하던 저 철의 장막에 맞서는 것을 허락받았다. 모든 업그레이드를 마친 저그의 최종병기는 괴성을 지르며 어금니를 횡으로 그었다. 쿠웅!

"SCV! SCV 달려나옵니다! 역시 영리합니다, 이윤열! 서플 수리하면서 농성하겠다는 거죠!"
"탱크 포격! 마재윤,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정 급하다면, 저글링 몇 기 컨슘해버리고!"

그만큼 급했다. 숨이 멎을 만큼 금했다. 마재윤은 혀를 깨문 채 컨슘을 명령했다. 다시 저글링 몇이 핏덩이로 화했다. 마나가 차오르기가 무섭게 디파일러는 전선을 치고 나왔다. 일순 서플라이 위로 시뻘건 것이 흩뿌려지자 그 광경을 보던 해설진들은 홀린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본좌 마재윤의 기가 막힌 해답에 경탄하며 함께 절규했다.

"플레이그 뿌려집니다! 플레이그를 서플라이에!"

시뻘건 플레이그가 묻은 서플라이 디포의 내구도는 시시각각 바닥으로 치닫는다. 수리를 위해 달려왔던 이윤열의 SCV들은 가볍게 체념하고 기지로 발길을 돌렸다. 아직 건재한 스웜 위로 제차 스웜이 덧씌워졌다. 장성은 무너지기를 앞두었고, 뒤에 도열한 테란의 병력들은 물러서는 일 없이 포격과 총격을 거듭했다.

그리고 길이 열렸다.

서플라이가 무너지고 마재윤의 병력은 그 앞에 섰다. 마린의 총격은 스웜 안에선 무력하다. 비록 탱크의 작렬하는 포격이 울트라리스크에 직격하고는 있지만 감당할 수 있다. 저그는 본래 아군의 시체를 밟고 전진하며 들이치는 종족이다. 전 인구수의 반절을 쏟아붓더라도 뚫으면 성공이다. 뚫기만 하량이면!

돌격! 돌격!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돌격! 본좌 마재윤, 마에스트로는 다시 맵을 통째로 기울여 생산된 병력을 그 좁은 틈으로 쏟아붓기 시작한다. 천리장성을 무너뜨린 제4종족 Savior의 자랑스런 울트라리스크는 비로소 테란의 병력 앞에 섰다.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메딕! 메딕이!"

해설진은 부르짖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벌렸다.

"메딕이 길을 막습니다! 기껏 서플라이를 뚫어놓고! 메딕이!"
"메딕 홀드! 메딕 홀드의! 메딕 홀드의 압박!"

스크럼을 짠 메딕들이 굳게 버티어 장성을 쌓고, 저그의 돌진을 통째로 가로막는다. 멎어버린 마재윤의 병력 위로 구름처럼 모인 배슬들이 이레디에이트의 폭풍우를 쏟아냈다. 울트라리스크마다, 디파일러마다 꽂히는 이레디에이트는 주위 저글링들을 녹여내고 제4종족의 자랑스런 본대를 초토화시킨다.

무너지지 않은 천리장성의 너머에서 시즈탱크들의 포격이 다시 작렬한다. 스웜을 뚫고 내리꽂히는 광역포격이 마재윤의 칼날을 쪼아낸다. 저그의 인구수는 곤두박질치고, 거듭 깎여나가기를 포격마다 갈음한다.

"녹습니다! 전부 녹아납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되면 빼야죠, 빼야 하는데!"
"사실 뺀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마재윤 선수는! 이걸 뚫어내야 어떻게!"

기어이 마에스트로의 대군이 회군을 개시한다.

곤두박질 친 인구수는 다시 찰 기미가 없다. 이레디에이트가 너무도 많이, 쏘는 족족 꽂혀서 회군을 하는 동안에도 병력은 계속 줄어든다. 부대끼다가 죽고, 녹고, 피와 시체로 진군의 길을 열려던 Savior의 대군은 이제 피칠갑이 된 길을 따라 후퇴를 계속한다.

그리고 이윤열의 탱크라인이 비로소 지지대를 들어버린다.

천재의 본대는 진격을 개시한다. 스크럼을 짰던 메딕들도 이제는 마린에 섞여 나아가기 시작한다. 스웜을 지나고 와중에 초토화된 다섯시 멀티를 무시하여,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마재윤의 왕좌로 나아간다. 마에스트로가 신음하고 있는 저 너머 본진으로 다가든다. 다시 지지대를 박는 탱크들은 울트라! 히드라! 럴커! 저그의 그 어떤 화력과 기량을 동원해도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천리장성이 되었다.

또 SCV들이 몰려나온다. 그것들이 마재윤의, 본좌 마재윤의 본진 코앞에 서플라이 디포와 벙커를 겹겹이 짓고 있다. 몇 걸음을 나온 철의 장막은 다시 장성이 되어 내려앉는다.

"마재윤! 마에스트로 마재윤이!"

절규하는 김철민 캐스터의 목소리를 따라 마재윤의 팬들은 우르르 일어섰다. 홀린 사람처럼 스크린을 바라본다. 카메라가 비춘 마재윤의 낯빛은 어둡다. 뱉고 싶은 통곡을 차마 뱉지 못하고, 그의 얼굴은 짙은 흙빛으로 변해 떨고 있다.

"한때 가볍게 꺾었던 이윤열에게! 이렇게 허무하게!"

죽은 이윤열이 산 마재윤을 대뜸 짓밟고저, 저 거대한 기갑집단군과 기계화보병들을 이끌고 밀어닥치고 있다. 얼굴을 감싼 채 마재윤은 여기저기 포격이 떨어지는 본진을 바라보았다. 한 줌밖에 남지 않은 자신의 병력을 보았다.

돌격을 명령하는 마재윤의 목소리는 힘이 없다.

그의 병력은 명령을 따랐다. 불꽃처럼 타오르고 싶어서 거침없이 저 막강한 탱크라인에 돌진하기 시작했다. 마재윤의 팬들을 따라 이윤열의 팬들 역시 일어났다. 경기장에 모인 모든 관중이 일어나, 전능한 마에스트로의 병력이 허무하게 스러지는 광경을 목도하고 있었다.

스웜이 겹겹이 펼쳐지고, 그것을 사그리 무시해 버린 채 탱크의 포격이 떨어진다. 돌진하는 마재윤의 울트라리스크는 서플라이 디포 앞에서 주저앉는다.

그걸로 끝이다. 더는 없다.

힘들이지도 않고 앞에 다가온 이윤열은 마재윤의 손목을 잡아챘다. 마에스트로가 손에 쥔 지휘봉을 뺏고, 가볍게 그것을 꺾어버린 이윤열은 제가 뽑은 총구를 마재윤의 숨통에 들이댔다. 마재윤은 고개를 저었다. 키보드로 내리는 손길이 이윽고 주저앉았다.

"이윤열이!"

천재 이윤열이, 두 번째 본좌가, 그를 밀어낸 최연성마저 플레잉 코치로 물러난 이 마당에, 기적처럼 재기하여 다시 자리에 오른 그가!

"마에스트로 마재윤을! 마침내!"

마재윤의 패배 시인이 화면에 출력되는 순간, 김철민의 말은 멎고 대신 관중들의 환호가 해일처럼 들고 일어났다. 쏟아지는 박수와 연호 속에서 이윤열은 부스를 열고 나왔다. 잠시 멍한 얼굴로 죽 관중을 둘러보던 그는 이윽고 활짝 웃었다.

아직 마이크도 들이대지 않았는데도 그는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 들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은 이윤열의 말 한 마디, 손짓 하나에 환호할 준비가 되었다. 십년의 세월을 넘어, 산 전설이 되어! 다시 이 자리에 군림한 원숙한 천재에게 관중들은 미친 듯 박수를 쳤다.

"제가――"

비로소 다가온 마이크에 고개를 숙이고 이윤열은 젖은 눈으로 웃었다.

"제가 전설이 된다고 했지요?"

그의 양대리그 통산 일곱 번째 우승이었다.

전 스타판은 환호하고 경배해 마지않았다. 돌아온 천재의 기량은 그토록 전능했다. 뒤따라 부스를 나온 마재윤은 설핏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윤열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윤열은 그 손을 잡지 않았다. 대신 확, 마재윤을 굳게 안아 버렸다.

다음에도 결승에서 만나자. 귓가로 그렇게 속삭이는 천재 이윤열에게 마본좌께옵선 키득 웃고야 말았다. 그렇게 전설은, 기어코 신화가 되었다.


덧글

  • 래즐대즐러 2010/04/02 14:10 # 답글

    '전부 저기 가서 죽어라.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서 죽으면 그로 족하다. 너희의 목숨을 마에스트로가 원한다. 너희의 죽음을 본좌 마재윤이 기억할 것이다. 견적필살[見敵必殺]! 견적필살! '

    마본좌님 다우신 극렬한 지휘심미다..네네....키도님은 정말 인물 묘사가 훌륭하시긔~
    이런 부분땜에 읽으면서 손에 땀이 팔팔 돋는 것이긔ㅋ 아오~미치겠으유ㅋㅋ 완전 재밌어ㅜㅜ
    메..메딕이 본좌님의 돌진을 가로막는다는 건......으음;; 뭐 그래도 위에서 베슬이 이리디에잇
    작렬했으니까 나름 현실성은 있긔. 즈는 마빡이라서 옛날 신한osl때 이윤열이 커맨드 센터
    들어올리던 역사적인 장면부터 떠올랐지만ㅋㅋㅋ 그래도 요즘은 올드라면 다 좋아서리..
    잼나게 읽었으유^^ 그리고 머..옛날 kpga까지 따지면 윤열이가 레전드급인건 맞으니까..ㅋㅋ
    워낙 우리 마본좌님이 저그 압살맵 롱기누스같은 데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시는 바람에
    쪼끔 퇴색해서 그렇지~
  • eg013 2010/11/14 16:01 # 답글

    지금 읽으니까 참..
    어쩌다 마재윤이 마래기가 된건지.. 시발놈.

    빌어먹을 협회놈들.. 마가 끼지 못하게 처음부터 철저하게 감시했으면 무서워서라도 조작 했겠냐..
  • kidovelist 2010/11/14 23:13 #

    한때 그 자에 반해서 이런 글까지 썼던 저로선, 참 뭐라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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