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과학의 초동기화CloudService 사담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인지 교문에 교명도 새겨 놓지 않은 성북구 모처의 대학교, 도서관 책상에서 잠을 설친 나는 비몽사몽간에 갤럭시탭10.1에 전원을 넣고 있었다. 시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화면을 켜는데, 이상하게도 반응이 없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몽롱한 눈으로 잠시 액정을 보고 있자 삼성 로고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삼성 로고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삼성 로고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삼성 로고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어랍쇼. 뭐야 이거. 인셉션?

당황해 있기를 잠시, 상황을 이해한 순간 전신으로 소름이 일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무한 재부팅이었다. 해결책이라고는 초기화밖에 없다는 공포의 오류였다. 오류 자체는 대수가 아니었다. 문제는 초기화로 인해 그간 갤럭시탭10.1로 작성하고 저장한 수백 수천 수억 장의 필기와 기타 어플리케이션, 주소록, 음악, 동영상, 사진, 북마크 일체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소실되는 최흉최악의 상황이었다. 야 잠깐, 아니지. 그러면 안되지. 다급히 일어나 앉은 나는 동요로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손을 가지고 기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모든 조작이 무효로 돌아가면서 액정으로 삼성 로고가 「넌 좆된 거야」라며 나를 조롱하듯이 다시금 등장한 순간, 나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필사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도서관만 아니라면 피를 토해 고함쳤을 절규가 목을 비집고 소리 없는 비명으로 북받쳤다. 이건희, 이건희 이 개ー,

시가총액 200조원 규모 기업의 수장을 향해 대단히 부당한 원망을 향하면서도, 초기화라는 엄연한 현실은 직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점 없는 눈으로 무언가 알아듣지 못할 저주를 중얼거리며 결국 갤럭시탭10.1의 공장초기화 절차를 개시한 나는, 모든 자료가 삭제되는 동안 내 기억이 지워지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듯한 진기한 감상을 맛볼 수 있었다. 사람의 수개월 시간을 지우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 지나자, 갓 구입한 상태로 변한 갤럭시탭10.1이 손에 쥐였다. 다시 액정에 나타난 것은 수개월 전 갤럭시탭10.1을 구입했을 당시와 변함 없는 초기화면이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이 저주 받을 기계를 집어던져 러다이트 운동을 개막하고 싶은 심정으로 구글계정을 입력한 바로 그 순간,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구글이 자랑하는 동기화였다. 별안간 개시된 wifi통신이 천리 밖의 구글 서버에 저장돼 있던 나의 정보; 주소록과 어플리케이션 일체의 자료를 예외 없이 다운로드하며 초기화 이전의 갤럭시탭10.1 상태 그대로 기기를 복원하기 시작했다. Google Play는 기기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 자료를 보존하고 있었고, 역시 사람의 수개월 시간을 복구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 경과한 후 갤럭시탭10.1에서는 총 44개 어플리케이션이 아무런 이상 없이 내 명령에 대기하고 있었다. Chrome에는 내가 저장한 수많은 기록과 북마크들이 순서에 맞춰 도열해 있었고, 복구된 어플리케이션의 최선두에는 Evernote와 Dropbox가 참가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Evernote; 역시 계정을 입력하고 로그인한 순간, Evernote 어플리케이션은 필자가 영원히 잃어버리리라 탄식했던 바로 그 수개월 결과물, 수백 수천 수억 장 필기를 일거에 복구해 버렸다. 이 기적의 노트를 그저 단순한 문서작성용 어플리케이션이라고 생각하고 건성으로 이용한 이 아둔한 사용자로 하여금 비로소 자신의 진정한 의미를 각인시키며 단숨에 초기화 이전 상태로 복귀한 Evernote의 내 문서는, 단 일점일획의 누락도 없었다.

이 현대의 마법의 향연에 Dropbox는 화룡점정이었다. Dropbox 자체는 이미 내가 이런 비상사태를 위해 예비한 비장의 무기였으나, 구태여 기기에 자료를 내려받을 필요조차 없이 그대로 열람이 가능하도록 하는 막강한 편의성은 내가 전혀 기대하지 않던 수준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갤럭시탭10.1카메라에서 촬영한 즉시 자동으로 업로드된 사진은 초기화같은 비상사태는 전혀 없었던 것처럼 건재했다. 연동된 Moon+ Reader는 심지어 pdf자료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읽던 부분까지 기억해 내게 펼쳐보였고, Play 북 역시 내가 읽던 이육사 시집의 「청포도」 면을 펼치며 내 독서경험을 재구성했다. 주인이 했던 비탄을 감히 희롱이라도 하듯, 내 손에 쥐인 갤럭시탭10.1은 웃으며 묻는 듯 했다. 「자, 주인님, 다음은 어떤 작업을 하시겠습니까?」

진실로 「충분히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세간은 이 현대의 마법을 「클라우드 서비스」라고 칭하는 듯했다. 아니, 내가 전에 알던 IT는 결코 이렇지 않았다. 도둑이 들어 PC를 훔쳐가 버리면 다른 건 다 가져도 좋으니 내 소중한 작업이 든 하드디스크만은 제발 돌려달라고 읍소하는 광경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다른 이도 아닌 내가 클라우드 서비스 Dropbox를 추가용량 100GB 유료결제를 해가며 사용하고, 내 대학교는 Dropbox의 Great Space Race에서 서울대학교와 KAIST에 이어 3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정작 위험한 상황을 대비해 Dropbox를 운용하면서도 그 유용성을 실감치 못하던 나는 이런 비상사태가 돼서야 비로소 클라우드 서비스의 위력을 일각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즉시 내 모든 전자기기를 망치로 내리쳐 부숴버려도 그 자료와 사용경험은 구름[cloud] 속 어딘가의 서버에 건재한 상황이 바로 현실이었다. 내가 버스 안에서 갤럭시탭10.1로 하던 문서작업을 집에 도착해 어떠한 절차도 없이 PC에 전원을 넣는 것만으로 속행할 수 있는 도저히 믿기 힘든 상황이, 이미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와 있었다. 상상도 못한 미래가 여기 있었다.

물론 나는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을 아직도 금과옥조로 여겨 자료를 내 손에도 함께 쥐고 있기를 선호하는 구식의 인간이고, 「크롬북」 같은 진정한 클라우드 서비스의 산물보다는 Dropbox와 같은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동기화 서비스를 보다 애용하는 부류다. 내가 가진 2TB 규모 하드디스크에 산재한 야… 야도… 논문 및 판례 자료를 전부 Dropbox에 옮기기에는 아직 그 가격 대비 용량과 속도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되고, 이에 내 자료의 적지 않은 비율은 아직도 클라우드 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하드디스크에 잠들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전자제품에 적용되는 절대의 철칙은, 시간이 갈수록 제품의 성능은 향상되고 가격은 저렴해진다는 법칙인바; 장차 클라우드 서비스가 개막할 새로운 시대의 구체적 모습은 오직 시간만이 입증할 것이며, 필자의 기대는 오직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되리란 것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던 수많은 기적을 마법과 같은 기술이 매순간 가능케 하고 있는 시대다. 장차 펼쳐질 기적의 시대는 이제 막 막을 연 것에 불과하다. 이제, 그날이 오면;


덧글

  • Ladcin 2013/01/12 14:51 # 답글

    클라우딩 서버를 이렇게 예찬하다니
  • Sakiel 2013/01/12 15:00 # 답글

    사실 갤러리나 기타 자료들은 sd카드에 저장하기때문에

    공초해도 안지워집니다[...]
  • kidovelist 2013/01/12 15:22 #

    명확치 않은 기억을 각색해 사건을 서술하다보니 부끄럽게도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가진 기기 중 위 서술과 같은 오류를 일으킨 기기는 초기화시 sd카드도 동시에 초기화되는 갤럭시탭10.1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에 수정합니다.
  • Sakiel 2013/01/12 15:23 #

    과연!

    그나저나 구글 만세!
  • kuks 2013/01/12 15:02 # 답글

    안드로이드 만세! 구글신 만세!
  • 잠본이 2013/01/12 15:40 # 답글

    으어니 이거시 클라우드의 진면목!
  • 나인테일 2013/01/12 17:34 # 답글

    얼마전에 모종의 사고로 친구의 맥 노트북이 박살났을 때 데이터는 어쩌냐는 질문에 "데이터? 그딴건 타임머신 한 번만 돌리면 복구 돼. 오늘 작업분은 한컴 씽크프리에 다 있고" 라고 쿨하게 대답해리더군요.

    과연 편한 세상;;
  • Atomic_Learner 2013/01/12 17:35 # 답글

    클라우드 서비스의 권능에 힘입어 요즘은 PC도 부담 없이 포맷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노턴 고스트 같은 거 필요 없어요. 그냥 문제 있으면 한 번 싹 밀어버리면 모든 게 오케이.(...)
  • 토마토맛토익 2013/01/12 17:36 # 답글

    저 무한재부팅은 왜 생기는거래요;;;;
  • Kalaheim 2013/01/12 23:45 #

    테그라2...
  • WeissBlut 2013/01/12 17:58 # 답글

    과연 구글신 찬양하라
  • Reclusive_Mars 2013/01/12 18:46 # 답글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도 안 읽고 도중에 뭐야 이거 인셉션? 이란 글에 빵터져서 바로 리플 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르-미르 2013/01/12 20:40 # 답글

    윈도우도 8에 오니까 포맷같은거 고스트 없이 편하게;;;
    정말 좋은 세상입니다.
    그런데 야..야도... 은 어쩌지;;
  • 유령회원 2013/01/12 20:58 # 답글

    ㅇ...얃...

    이야... 요즘 기술개발은 정말 사람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군요. 저런 신기방기한 기술이...
  • 기름젓기 2013/01/12 21:02 # 답글

    안녕하세요^ㅁ^/ 링크 신고 합니다.
  • Kalaheim 2013/01/12 23:45 # 답글

    요즘 IT기술의 발전은 때론 두려울 지경입니다.
  • Ithilien 2013/01/13 00:10 # 답글

    저도 문서 거하게 날려먹고 엿먹은이후 칼같이 동기화 시켜두지요.
  • Ludrik_L- 2013/01/13 01:28 # 답글

    오오 구글 오오
  • 고스트 프로토콜 2013/01/13 01:39 # 삭제 답글

    혹시 비마대학?
  • 놀자판대장 2013/01/13 07:01 # 답글

    동기화는 Ctrl+S와 같은 문명인의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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