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2014 올스타 : T1의 게임, 01 소설


프랑스 파리, 전 세계 최고의 소환사들이 모인 그 자리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2회 연속 우승, 판도라TV 챔피언스 윈터 전승 우승, 리그 오브 레전드 시즌3 월드 챔피언십 우승에 빛나는 대한민국 대표 SKT T1 K의 인터뷰는, 그러나 세계 최고의 팀답지 않게; 담담했다.

이번 시즌 T1 K가 처한 상황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HOT6 챔피언스 스프링 16강에서는 흔들리고, 패배하고, 종국에는 조작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형제팀인 T1 S를 나락에 떨어뜨리면서까지 올라간 8강에서는 지난 시즌 완벽히 압도했던 바로 그 오존을 상대로 3대1 탈락이라는 비참한 상황에 직면했다. 심지어 그렇게 강등당한 NLB에서조차 4강 탈락이라는, 이전 시즌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굴욕이 SKT T1 K를 맞고 있었다.

그랬다. SKT T1 K는 추락했다. 비단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팬들도, 해설진들도, 프로게이머들도; 여전히 훌륭한 팀임에는 분명하나 지난 시즌 왕좌에 앉아 전 세계 롤판을 지배하던 그 위엄은 더 이상 없노라고, 입을 모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의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파리에서의 SKT T1 K의 인터뷰에 챔피언다운 패기는 없었다. 임팩트도, 뱅기도, 피글렛도, 푸만두도, 그리고 페이커도; 그저 이번 시즌 K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지, 자신들이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말할 뿐이었다.

승리에 대한 확언은 없었다. 상대하는 팀을 공포에 떨게 할 만한 챔피언의 위엄도 없었다. 그저 최선만을 이야기하는 T1 K의 인터뷰를 보며, 지난 시즌 T1 K의 위용을 목격했던 자라면 누구나 생각할 만했다; 이게 지난 시즌 전 세계를 제패했던 그 SKT T1 K란 말인가, 하고.

그러나 그들은 T1 K의 인터뷰에 생략된 “다음 문장”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 최초의 인터뷰에서 생략됐었던 “다음 문장”은 그들의 다음 인터뷰를, 다음 무대를, 그리고 다음 전투를 거듭하면서 점차 명백해졌다.

마침내 전 세계가 그 인터뷰의 진의를 확인했을 때는 이미 T1 K에 맞설 팀이 없었다. 모조리 학살당했다. TPA, Cloud9, OMG, Fnatic; 전 세계 3개 대륙 4개 리그에서 선발된 기라성같은 팀들 모두가 합심하여 T1 K에 도전했으나, 마침내 그들의 챔피언들과 함께 협곡에 선 T1 K의 다섯 소환사를 상대로 한 판도, 단 한 판도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남김없이 쓸려나갔다. T1 K가 최초의 인터뷰에서 생략해버리며 전 세계를 농락했던 그 문제의 “다음 문장,”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느 소설인가에 나오는 악당과도 닮아있었다.

그래, 확실히 우리가 전보다 못할지도 모르지. 전처럼 무적도 아니고, 이번엔 우승자도 아니야. 그런데 말이지; 우리가 약해졌다고 해서, 딱히 너희가 강해진 건 아니잖아?

그런데,

왜,

너희가 기어오르지?

그리고 시즌3 전 세계 리그의 “정점,” SKT T1 K는; 즉시, 그 인터뷰의 진의를 확인시켰다.

가장 먼저 SKT T1 K와 맞선 것은 시즌2 월드 챔피언십의 패자 TPA였다. 그러나 이미 대한민국 소환사들의 적수가 아니었다. 시즌2 우승자? 그게 어쨌단 말인가? 일말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즌3의 제1위 T1 K는 TPA를 용서 없이 압도해보였다. 수세로 시작된 경기는 일순간에 역전됐다. 페이커의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TPA 챔피언들에게 차례로 운명과도 같은 죽음을 선고하고, TPA가 운좋게 좋은 진형을 잡았다 싶으면 어김없이 임팩트의 쉬바나가 강림하며 용의 날개가 전장을 뒤덮었다. 그렇게 게임은 끝났다. 결과; T1 K의 승리.

물론 첫 게임에 불과했다. 우연일 수도 있었다. 다음 상대인 Cloud9도 아직 그렇게 치부했을지도 모른다. T1 K는, 몰락했음에 틀림없다고. 그러나 픽밴에서 T1 K가 가진 주 무기가 모조리 해금되고 단 하나만 나와도 소환사의 협곡 지축을 뒤흔드는 T1 K의 최종병기가 무려 다섯이나 등장하며; T1 K라는 악몽은 필연으로 되풀이되고 있었다. 임팩트와 뱅기가 각각 쉬바나와 이블린을, 피글렛과 푸만두가 그들 자신의 상징이라고 해도 좋을 베인과 자이라를 소환하고; 페이커가, 다만 지루하다는 듯한 태도로, 다름아닌 페이커의 르블랑을 소환하고 있었다.

그렇게 C9 전 라인은 픽밴 단계에서, 사실상 끝나버렸다.

그 앞은 일방통행이었다. 역전의 가능성조차 허락지 않는 전 라인의 완벽하고도 일치된 패배가, T1 K에 의해 무려 북미 최강이라는 Cloud9 앞에 현실화되고 있었다. 푸만두의 자이라가 올가미 덩굴로 전장을 뒤덮고 피글렛의 베인이 C9 챔피언들을 연이어 용서없이 사살하는데 이어 페이커; 시즌3 전 세계 칠천만 소환사들의 정점에 섰던 그가 웃고 있었다. 감히 페이커의 르블랑을 풀어준, 그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으면, 하고;

그리고 C9의 챔피언들은 페이커의 눈이 향해지는 순간마다 예외 없이 삭제당했다. T1 K 전열의 선두에 선 르블랑의 눈으로 쫓기조차 어려운 화려한 기동이 C9 전 챔피언을 한데 모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집결한 트위치와 엘리스를 상대로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단신으로 돌입해 트위치를 삭제해버리고, 공포에 질려 줄타기로 벽을 넘으며 필사로 도망치는 엘리스를 점멸로 간단히 농락해 지워버리는 페이커의 르블랑이; 바야흐로 프랑스 파리를 환호케 하고 있었다.

페이커!
페이커!
페이커!

전 파리가 경외로 하나 되어 외치는 그 우레와 같은 함성 속에서; 왕이 귀환하고 있었다.

T1 K 최대의 위협이라던 OMG조차, T1 K 앞에는 무력했다. 경기 후 OMG는 인터뷰에서 최선을 다한 게 아니었다고 변명했지만 확실히 그런 변명이라도 하지 않으면 참기 어려운 굴욕이었다. OMG 챔피언 넷이 총력으로 쏟아내는 모든 공격을 점멸조차 없이 모조리 피하며 뱅기의 리 신과 단 둘이 적 쉬바나를 잡아내고, 심지어는 그 점멸로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적 이블린을 노리는 페이커의 오리아나, 그리고 연이어 난입해 나머지 OMG를 한데 모아 쓸어버리는 푸만두의 레오나는; 이런 구차한 인터뷰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OMG를 몰아넣었다. 결국은 적진 한가운데서 적 쉬바나와 이블린을 동시에 삭제하고 넥서스까지 그대로 쇄도하는 페이커와 SKT T1 K 앞에 프랑스 파리는 입을 모아 SKT를 연호하고 있었다.

그 환호성 속에서 게임을 지켜보던 전 세계 소환사들이 잠시 잊고 있던 그 이름의 의미를 비로소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그랬다. 그들은 다름아닌 시즌3의 패자이자 월드 챔피언십의 우승자 SKT T1 K. 그리고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그들은 예선 마지막 Fnatic과의 경기에서, 오로지 챔피언에게만 허락된 영광을 꺼내들고 있었다. 라이엇이 그들의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헌정한 SKT T1 K 스킨 챔피언들을, 바로 그 SKT T1 K가 선택해 소환하고 있었다.

임팩트의 잭스를 임팩트가, 뱅기의 리 신을 뱅기가, 페이커의 제드를 페이커가, 피글렛의 베인을 피글렛이, 푸만두의 자이라를 푸만두가; 그 순서조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차례대로.

그렇게 비로소 자신의 소환사를 찾은 그들 다섯 챔피언들 앞에서 전 파리가 환호했다. 심지어 유럽 대표인 Fnatic이 자이라를 빼앗아오려 하는데 유럽인 그곳에서 야유가 쏟아져 결국 포기하도록 만들 정도였다. 그럴만했다. 스킨은 돈으로 누구나 살 수 있지만 리그의 소환사라면 역시 누구나 알고 있었다. 이 스킨의 주인은 칠천만 소환사 가운데 오직 그들, 다른 누구도 아닌 SKT T1 K만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시즌3의 “최강;” 전 세계 소환사들의 정점에 올랐던 T1 K의 이 다섯 소환사들이 시즌을, 메타를, 상성을 무시하고 자신의 챔피언들과 다시금 함께하는 이번 경기가,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리그 사상 최고의 이벤트가 될 것임을.

그리고 소환사의 협곡으로 향하는 짧은 시간, 화면에 펼쳐진 다섯 SKT T1 K 스킨; 다시 돌아온 리그 오브 레전드 최강의 소환사들과 그 챔피언들 앞에, 전 세계 소환사들은 전율했다.

물론 이 최고의 이벤트를 위해 SKT T1 K가 감수한 전략상 손해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치열한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한 끝에, Fnatic이 비로소 승기를 잡고 있었다. “대장군” xPeke와 그의 상징과도 같은 카사딘이 T1 K를 상대로 무려 9킬을 거두며 괴물로 화해 있었고, 네셔 남작이 출현한 상태에서 강타로 적 정글러를 견제해야 할 뱅기의 리 신은 제압당했다. T1 K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 그리고 Fnatic에게는 절호의 기회;

Fnatic은 즉시 네셔 남작을 향해 진격했다.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라는 생각이었고, 합리적인 판단이었으며, 전 세계 소환사 누구도 당시로서는 그 선택에 이의가 없었다. 순간 전력에서도 Fnatic은 앞서있었고, T1 K의 정글러 뱅기가 없으므로 강타로 바론을 빼앗기는 변수도 생각할 수 없었다. 전투에 임하는 Fnatic의 소환사들도, 파리에 모인 세계 각국의 해설가들도, 전 세계의 소환사들도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이 바론은, 당연히 Fnatic의 것이 되리라고.

그러나 페이커는 아니었다.

페이커의 제드는, 동의하지 않고 있었다.

제드는 바론을 사냥하는 Fnatic의 진영으로 향하고 있었다. 일찍이 류의 제드와 벌인 압도적 일기토로 전 세계의 소환사들이 목도한 바와 같이, 페이커가 함께하는 제드는 제드가 아니라 “페이커”라는 완전히 별개의 챔피언인바; 이제 범인에게는 사지로만 보이는 Fnatic의 본대로 향하는 페이커의 논리는 간단했다. 우리 정글러가 없다면 적도 없게 만들면 된다. 죽음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바론도, 카직스도, 카사딘도, Fnatic도, 모조리 죽여버리면 그저 그뿐.

그리고 Fnatic의 정글러 Cyanide의 카직스에게로 죽음의 표식이 새겨지며; 벽을 넘어 날아오른 제드, 아니, 페이커는 웃고 있었다. ─강타? 무슨 강타?

시체가 어떻게 강타를 쓰지?

그리고 시즌3 칠천만 소환사들의 정점, 여전히 전 세계가 경외해 마지않는 최고의 소환사 페이커의, 일대 학살극이 개막했다.

최초로 카직스가 순살당했다. 페이커였다. Fnatic의 정글러는, Fnatic의 강타는 그렇게 전장에서 삭제됐다. 경악한 Fnatic 다섯 소환사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대로 사라져버린 페이커 대신 우회기동한 피글렛의 베인이 나타나 Fnatic의 챔피언들을 사살하기 시작하고, 공포에 질린 그들을 임팩트의 잭스와 푸만두의 자이라가 차례로 덮치고 있었다. 사지였다. Fnatic이 승리의 전장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이제 T1 K의 포위기동으로 Fnatic의 사지로 화하고 있었다.

Fnatic이 필사로 거둔 전략적 이득, 전술적 승리, 합리적 판단, 그 전부가; 페이커와 SKT T1 K의 천재적 전투 아래 백일몽처럼 스러지고 있었다.

바론을 사냥하던 사냥꾼은 사냥감이 되고, SKT T1 K는 Fnatic과 바론을 한데 모아 사냥해갔다. 임팩트의 잭스와 함께 다시 전장을 날아 난입한 페이커의 제드는 바론을, “대장군” xPeke의 카사딘을, Fnatic을 한데 모아 학살해버렸다. 적 챔피언들의 시체를 짓밟고 T1 K는 그대로 적진 넥서스를 향해 진격했다. Fnatic의 필사적인 방어전이 펼쳐지고, 결국 넥서스는 파괴하지 못했으나; 상관없었다.

소환사의 협곡으로 돌아온 임팩트의 잭스가, 이미 순간이동을 시전하고 있었다.

xPeke 본인의 앞에서, 일찍이 xPeke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던 바로 그 방법 그대로;

Fnatic의 본진에 남겨졌던 와드로 임팩트의 잭스가 출현하고, 경악한 Fnatic 챔피언들의 필사적인 총공세를 가볍게 헤치며 넥서스로 향했다. 마치 xPeke와 Fnatic을 도발이라도 하듯;

그리고, 게임은 거기에서 끝났다.

경기시간 33분 32초. 바론 스틸부터는 불과 306초 경과 시점. 합리와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승리에 해설자들은 전략에 대한 해석도, 전술에 대한 설명도 포기하고 오직 페이커만을;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그 리그 최고의 소환사의 천부적 전투감각만을 찬양해야 했다.

예선 1위는 SKT T1 K. 전승이었다.


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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