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막장님은 고민이 많습니다

1.

경기가 끝나고 CJ진영은 침묵에 잠겼습니다. 조규남 감독님의 표정은 침통합니다.
어느 CJ 선수고 안그렇겠냐마는 특히나 마막장님의 표정은 3월 3일날 코세어가 활개치던 그 때 그 표정으로 완연한 팥빛이 되어 있습니다.
저만치에선 매정우를 둘러싼 팬들의 시시덕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매정우 선수, 포스트 마재윤이라는 별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 팬의 질문에 매정우는 어이가 없어서 되묻습니다.

"싸울래?"
"..."

대화를 듣던 마막장님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집니다.
이제는 동지섣달 팥죽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새알심만 띄우면 그대로 한 술 퍼먹어도 될 수준으로.



아까부터 눈을 희번덕거리며 이쪽을 노려보는 병세는 주머니 속에서 부스럭부스럭 100L 종량제 봉지를 만지작대고 있습니다.
마막장을 가져다 버릴 수 있을 정도로 큰 봉지입니다.

"감독님, 저거 갖다 버려도 됩니까?"

이쪽을 보며 그렇게 말하는 병세의 눈빛에 마막장님은 어이가 없습니다.

"아서라. 환경오염된다."

조감독님의 대답에 더 어이가 없습니다.

아, 내가 언제 이런 취급을 받게 되었던가. 코새키. 흑인새키. 사시나무처럼 떠는 마막장의 어깨를 조감독님이 다가와 부드럽게 두드립니다.

"재윤아, 괜찮다. 내가 특훈을 준비했거든."

이것만 있으면 너도 마레기에서 마보통쯤은 될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는 감독님의 말에 마막장님은 푹 고개를 숙입니다.
화승 숙소에서 전기의자라도 빌려온 걸까요. 조감독님의 표정이 유례없이 밝습니다.

"이제부터 지면 두시간동안 스갤 눈팅해라."
"감독님! 차라리 전기의자를...!"
"올라오는 글 다 읽어라."

마막장님의 어깨가 사시나무처럼 떨립니다. 벌써부터 스갤 풍경이 눈앞에 환히 보입니다.
마막장. 마레기. 마로우. 도대체 오늘 늘어난 별명이 몇 개나 될까요?
스갤시발들 질 수도 있지. 되뇌는 마막장님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고였습니다.

마막장님은 고민이 많습니다.





2.

그리고 다음 경기를 하루 앞둔 24일 밤,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마막장님은 아직 깨어있었습니다.

달력을 봅니다. 시뻘건 핏빛 글씨로 25일 밑에는 vs이영호라는 짧은 한 줄의 문귀가, 흡사 데스노트에 적힌 그것마냥 지워지질 않습니다.
혹시 프영호는 아닐까 싶어 눈을 부비고 다시 보지만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저번 시즌 다승왕인 그 테영호가 맞습니다.
발트리도 이정도 발트리면 고의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조감독님의 미움이라도 산 걸까요? 그럴 법도 해요. 요즘 떡실신한 경기가 꽤나 됐거든요.

감독 시발아 에결 나가서 투챔버짓고 처발릴 수도 있지. 이를 가는 마막장님의 손이 가늘게 떨립니다.

"마막장님 아직도 안 자고 뭐하세요?"
"매정우 개샛키야 지금 잠이 오냐?"

부시시 일어난 매정우에게 화가 뻗친 마막장님은 벌컥 소리를 지릅니다.

매정우의 눈이 자다 깼음에도 불구하고 날카롭습니다. 설마 저놈도 긴장 때문에 제대로 못 잔 걸까요? 눈매를 보니 그런 것도 같습니다
그래, 내가 막장이라서 긴장한 게 아니야. 저놈도 저러는데 뭘.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려던 마막장님에게 매정우는 졸린 듯 눈을 부빕니다.

"잘 자다가 마막장님 때문에 깼네영. 그럼 저는 잘테니까 너님도 얼른 처주무세요. 불은 당장 끄고."

매정우가 그러고 다시 눕습니다.
저샛키는 긴장 없이 평소처럼 잘 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눈매가 날카로운 건 원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자기만 개쪽팔리게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마막장님은 또 이를 갑니다.

밖에선 부스럭거리며 종량제 봉지 만지는 소리가 납니다. 생각해보니 오늘이 타지 않는 쓰레기 버리는 날입니다.
쓰레기당번은 병세입니다. 노크를 한 병세는 슬쩍 문을 열고 이쪽을 봅니다.

"마막장님 버릴 거 없으세요?"
"없으니까 심기 어지럽히지 말고 나가거라."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 슬쩍 이쪽을 노려보는 병세의 눈빛이, 마막장님을 종량제 봉지 한쪽에 담지 못해 아쉬워하는 눈치입니다.
싸울 기운도 없는 마막장님은 말도 못하고 손만 젓습니다. 병세가 나가고 마막장님은 울고 싶은 기분으로 침대에 누워버렸습니다.

핸드폰이 울립니다. 문자가 왔답니다.
누구지 싶어 열어보니 영호입니다. 봐달라는 건가? 그런 행복한 망상으로 폰을 열어보니 문장이 제법 짧습니다.

[꼼딩새끼 010-3098-0XX9]
[형님 저번 올스타전에선 피차간에 즐거웠죠?]

급히 액정을 덮은 마막장님의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립니다.
그러고 보니 저번 올스타전에서 즐겜하던 후배 영호를 상대로 개쪽팔리게 진지까지 빨면서 악착같이 이겼던 게 있었습니다.
이번엔 저샛키가 독을 제대로 품은 것 같습니다.
핵발사 메시지가 울리면 맞기 전에 얼른 GG를 치리라. 그렇게 되뇌는 마막장님은 이불 속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마막장님은 오늘도 고민이 많습니다.



그 시각, 조규남 감독님의 방.

"형태야, 내 감이 아주 죽지는 않은 것 같지?"
"어휴, 감독님 정도면 신트리죠 신트리"

낄낄거리는 형태와 조감독님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적의 에이스인 영호를 버리는 카드인 마막장으로 저지했다는 만족감입니다.

조감독님은 오늘도 고민이 없습니다.





3.

경기가 끝났습니다. 매정우의 뮤탈이 비수처럼 내리꽂히는 순간 CJ 벤치의 선수들은 자리를 박찼고 팬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습니다.
팀이 이겼는데도 스크린을 보는 마막장님의 표정은 어둡습니다. 기분탓인지 저 스코어가 왠지 3:1이 아니라 4:0 같이 보입니다.
부스를 열고 뛰쳐나온 매정우 저샛키는 눈치도 없이 마막장님께 하이파이브를 청합니다.

"마막장님 저 이겼어연ㅋ"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
그렇게 재촉하는 매정우에게 "뭐 어쩌라고 시발아!" 하고 일갈해주고 싶은 것을 마막장님은 꾹 눌러 참고 하이파이브를 해줍니다.

마막장님의 옆으로 다가온 조감독님이 슬쩍 귀엣말을 합니다.

"막장아 왜 표정이 그 모양이냐?"
"죄송해서 그럽니다. 저만 또 져서요."
"욘석 철들었구나. 죄송하긴 뭘 죄송해."

어깨를 두드리는 조감독님의 표정이 부드럽습니다. 마막장님은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집니다.
그래, 더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에 이기면 되지. 날 믿어주시는 감독님이 계시잖아.

"재윤아, 저글링 알지?"
"네, 감독님."
"마인밭에 돌진하는 발업 저글링이 죽으면서 플레이어한테 미안해하는 거 봤니?"
"네?"
"그 마인을 제거한 빈 자리로 울트라들이 비로소 달릴 수 있는 거란다. 어때, 이제 네가 팀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겠지?"
"..."

어이가 없어서 마막장님은 입을 쩍 벌립니다. 감독님은 벌써 오늘 승리한 병세 옆으로 가고 계시네요.
저글링? 내가? 한때 울트라로도 부족한 초특급 에이스였던 마막장님은 억장이 무너집니다.
옆에는 정우가 아까부터 히죽히죽 웃고 있습니다. 배알이 꼴린 마막장님은 번쩍 손을 들어 정우의 뒤통수를 후려칩니다.

"으잌! 읭ㅋ? 마막장님 왜 그러심까?"
"이 멍청한 샛키! 쉽게 이길 수 있던 걸 그렇게 질질 끌어놓고 뭐가 좋다고 웃어!?"
"뭔 말씀이신지?"
"찬스막샛키의 뮤탈운영은 네게 챔버와 스포어를 강요하는 심리전이었다! 넌 거기 속아서 스포어를 네 개나 짓고 자원을 낭비한 거야!"

방어타워는 유닛생산에 방해일 뿐! 버럭 소리를 치는 마막장님에게 매정우는 어이가 없어서 웃습니다.
저편에서 대화를 들은 꼼딩도 웃습니다. 뭘 잘했다고 오늘 처발린 찬스막도 숨죽여 낄낄거립니다.
오늘도 마막장님은 상대방의 심리전에 말려들지 않고 성큰을 한 개만 박으셨습니다. 역시 마막장님, 명불허전입니다.
그런데 경기는 왜 졌을까요? 마막장님은 아직도 그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안되겠어, 나도 진호형한테 폭풍운영이라도 배워봐야지..."

이를 바득바득 가는 마막장님은 이제는 방어타워 짓는 비용도 모자라 일꾼 뽑는 비용마저 아깝습니다.
드론을 생산하지 않으면 그동안 유닛이 하나라도 더 나올 게 아닙니까? 역시 마막장님, 코새끼와 꼭 빼닮은 기적의 수학가답습니다.

오늘도 마막장님은 고민이 많습니다.


그 시각 내무반.

"팀구야, 오늘 대괄이 게임한단다. TV 켜봐라."
"넵 홍일병님"

총알같이 일어난 팀구는 급히 TV를 세팅합니다.
군대에 들어와서 팀구의 세팅시간은 많이 빨라졌습니다. 고작 십여 분 만에 TV의 주파수를 재설정하고 TV를 틀자 뇌성벽력 같은 메시지가 뜹니다.

"뉴클리어 런치 디텍티드"

"..."
"..."
"...저어 홍일병님..."
"..."
"이건 제 잘못이 아니라..."
"...대가리 박아 개새끼야."

그렇게 울먹거리는 콩 앞에서 팀구는 조용히 대가리를 박습니다.

오늘도 콩은 고민이 많습니다.











덧글

  • WeissBlut 2014/07/08 14:15 # 답글

    엥 이게 왜 갑자기 밸리 최신글로 올라왔죠;
  • kidovelist 2014/07/08 14:25 #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아래 답글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 하늘여우 2014/07/08 14:16 # 답글

    엥 2009년글이네요? 알림에 떠서 보러왔는데...
  • kidovelist 2014/07/08 14:26 #

    게시물 자체는 지금 올린 것이 맞습니다. 2009년경 스갤에 썼던 글을 옮기기만 한 것이라 표시되는 날짜만 임의로 스갤에 이 글을 썼던 2009년 10월 25일경으로 조정한 것입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 대공 2014/07/08 14:24 # 답글

    야....마막장이 주작송을 부르는 지금 이 타이밍에 이 글이 다시 토스 되다니...
  • 놀자판대장 2014/07/08 15:04 # 답글

    거꾸로 장대한 마인밭을 달려가는 저 힘찬 저글링처럼
  • Marina 2014/07/10 21:19 # 답글

    와 추억이네... 마막장 시리즈 ...저떄 마재윤 빨았던애들은 지금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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