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의 비혼과 저출산



"로마 성 풍속사"(오토 키퍼, 2004)라는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로마 제국이 이른바 비혼 문제와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는 것이다. 2,000년 전 로마인들도 오늘날 우리와 같은 문제로 고민했다는 것은(그리 고무적이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일이다. 1장의 "결혼을 거부하는 남자들"에서 몇 자를 여기 옮겨본다.

한니발과의 전쟁 이후부터 빈곤 계층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작가들은 결혼으로부터의 도피에 대해서 솔직하게 언급하고 있다. 플루타크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빈곤 계층들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했다. 그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거나 교육을 시키지도 못해서, 그 아이들이 존엄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노예와 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밖에도 프로페르티우스가 거론하고 있는 생각들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나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문의 영광을 전해줄 수 있을까?
나의 혈통은 결코 씩씩한 군인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다.”

세네카는 또 다른 방해 요인을 덧붙이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일은 성씨를 잃지 않기 위해, 늙어서 부양을 받거나 무언가를 상속해 주기 위해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 짓이다.”

제국으로서는 이러한 관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겔리우스가 이르렀듯 "결혼이 빈번하지 않다면, 국가는 안정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기원전 18년, 아우구스투스는 혼인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율리오이 로가티오네스(Julioe rogationes)’ 법률을 도입한다.

“20세에서 60세 사이의 독신 남성과 20세에서 50세 사이의 독신 여성 및 아이가 없는 25세 이상의 남성과 20세 이상의 여성에게 재산상의 자격을 박탈한다. 세 명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들을 장려하기 위한 각종 권리와 특혜에 대해서 언급한다. 명문가의 구성원들 사이의 바람직한 결혼을 촉진시킨다. 일정한 규칙과 법령에 의해서 이혼을 통제한다.

이것조차 오늘날과 닮았다. 요컨대 난폭한 형태의 비혼세와 다자녀 가정 혜택인 것이다.

당연히 법률은 완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법률로써 강제한 결혼은 곧 수많은 사회 문제로 불거졌다. 원로원이 항의하자 아우구스투스는 "당신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당신들의 아내에게 명령을 내리고 지시하시오. 나는 확실히 하고 있소." 라고 대꾸하고, 원로원은 대체 어떤 지시를 하고 있는지 따져 묻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아우구스투스는 의상이나 장식, 공공 장소에서의 용모나 조신한 행동 등 자신이 아내에게 내리는 "지시"를 나열해야 했다. 그조차 그런 명령은 하지도 않고 그의 아내도 듣지 않는데도 말이다. 결국 저항은 아우구스투스로서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승리를 축하하는 경기를 하는 동안에 기사들은 그가 독신과 무자녀에 관한 법률을 철폐해야 한다고 격렬하게 주장했다. 그리하여 아우구스투스는 광장에 결혼을 하지 않은 기사들과 자녀가 있는 기사들을 각각 포함하여 결혼을 한 기사들을 따로 불러모았다. 결혼한 사람이 결혼하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적은 것을 본 그는 슬퍼하면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로마는 처음에는 단지 한줌도 안 되는 사람들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고 아이를 열심히 낳자, 모든 세상을 힘으로뿐만 아니라 수적으로도 압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점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끝없이 뒷사람에게 전달되는 횃불처럼 우리의 자산을 전해줌으로써 우리의 유한성을 위무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삶을 신보다는 덜 행복한 것으로 만드는 하나의 특징인 유한성을 영원한 생명으로 바꿀 수 있도록 서로를 도와줄 수 있는 것입니다. 가장 위대하고 으뜸이 되는 우리의 조물주가 두 개의 성, 즉 남성과 여성을 만들고, 그들에게 사랑과 성적 접촉에 대한 욕망을 불어넣어 주었으며, 또한 그 열매를 맺도록 한 것은 무엇보다도 바로 이러한 목적, 즉 새로운 세대를 통해 유한한 삶을 무한하게 만들어 나가게 하기 위함입니다. 여러분의 집안에 질서를 잡아 주고, 재산을 관리해 주며, 자녀를 양육해 주고, 건강한 생활 속에 행복을 더 해주며, 여러분이 아플 때 치료해 주고, 젊은 시절의 과도한 열정을 누그러뜨려 주며, 노년의 쓸쓸함을 달래 주는 좋은 아내보다 더 큰 축복은 분명히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짐으로써 즐길 수 있게 되는 일종의 개인적 이득입니다. 우리의 의향에 반하여 많은 일을 행하도록 하는 원인이 되는 국가에 대해서 말하자면, 의심할 여지없이(도시와 백성들이 존재한다면, 또한 그대들이 다른 사람들을 통치하고 있으며 전 세계가 그대들에게 복종하고 있다면) 평화로운 시기에는 많은 인구가 땅을 경작하고, 바다를 항해하며, 예술을 즐기고, 직접 그러한 작업을 할 여유가 있으며, 전시에는 가족들을 위하여 온갖 열정을 다 바쳐 그들의 재산을 보호하고, 전사한 사람을 대체할 다른 사람들을 양육하는 것이야말로 필요하면서도 명예로운 일입니다.’

이어서 아우구스투스는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을 향하여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내가 여러분을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남성들이여? 여러분은 아직 자신이 남성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시민들이여? 여러분만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의 도시는 곧 소멸할 것입니다. 로마인들이여? 여러분은 바로 그 이름을 파괴하기 위해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도시는 남자와 여자이지, 건물과 늘어선 기둥과 텅 빈 시장이 아닙니다. 만일 우리의 선조인 로물루스가 여러분이 합법적 결혼 하에서도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상황을 그가 태어났던 상황과 비교하게 될 경우에, 그의 분노는 전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을 유념하십시오. 과거의 로마인들은 타지역의 여인과도 아이를 만들었는데, 여러분은 로마의 여인들을 여러분의 자식의 어머니로 삼는 것조차도 꺼려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자 없이 생활하는 수도자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 중 그 누구도 먹지 않고 잠자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소망은 지나침과 육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심금을 울리는 연설이지만 그리 큰 효과는 없었음에 분명하다. 결국 법률은 서기 9년, 27년만에 폐지되기 때문이다.

덧글

  • 역사관심 2019/02/28 01:41 # 답글

    매우 흥미로운 기록이네요. 저런 전근대적인 (당연히 전근대적이지만...) 법률로는 절대 해결할 수없었고 앞으로도 없겠죠. 그나저나 바로 어제 '소멸국가'뉴스를 봤는데 이 문장을 보니 참 이상한 기분이기는 합니다.

    우리의 도시는 곧 소멸할 것입니다. 로마인들이여.
  • 지나가다 2019/02/28 01:41 # 삭제 답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오래간만이시네요?
  • 포스21 2019/02/28 08:37 # 답글

    “빈곤 계층들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했다. 그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거나 교육을 시키지도 못해서, 그 아이들이 존엄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노예와 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2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른게 없네요
  • 타마 2019/02/28 10:01 # 답글

    사는 모습만 달라졌지... 본질은 그리 바뀌지 않는가 보군요.
    자연적으로 계획된 인간의 개체수 조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객가 2019/02/28 10:39 # 답글

    결과적으로 로마는 망하지 않았고 그 후로도 수 백년간 지속되었으니 저출산으로 인한 소멸은 과도한 걱정이라고 추측해도 될 것 같네요.
    사람이 줄면 또 다시 어떤 이유로든 출산이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 ㅏㅏㅜㅇ 2019/02/28 18:10 # 답글

    닝겐 네버 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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