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6 몰려드는 폭풍 감상: "시진핑 시뮬레이션"


지난 2주 동안 주말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알게 됐다. 

이 게임 시진핑 시뮬레이션이다.

지구온난화 그거 어차피 못 막는다. 적어도 이 게임에서 지구온난화는 숙명적이다. 아무리 탄소배출을 자제해도 200턴쯤 가면 가라앉을 도시는 가라앉는다. 한 번은 아예 작정하고 전 도시로 탄소재포집만 돌려봤는데, 그런다고 녹은 빙하가 다시 얼어붙고 가라앉은 타일이 물 위로 뜨는 거 아니었다. 

결국 징기스칸식 해결책과 시진핑식 해결책이 남는데, 내가 택한 건 후자였다. 그냥 석탄발전소 있는 대로 돌리면서 먼저 선진국 된 뒤 내 영토에만 해안제방 세우고 다른 문명들이 꼬르륵 꼬르륵 가라앉으면서 항의 날리면 뭐어라구~~? 컴퓨터 테크도 못 뚫은 찐따라서 안 들리는데~~? 하는 것이다.

물론 기후 효과 자체는 흥미롭다. 특히 홍수나 화산 폭발은 일단 터지면 재러드 다이아몬드 책을 4DX로 감상하는 기분이다. 물론 부정적인 효과도 확실하지만 덕분에 게임이 좀 꼬여도 남탓을 할 수 있게 됐다. 아 거기서 폭풍만 안 터졌어도! 운빨좆망겜! 시드마이어 개새끼!

그밖에 터널도 댐도 운하도 신선했지만, 내가 가장 좋았던 건 문명이 발견한 산과 강에 그 문명 고유의 이름이 붙는 시스템이었다. 별 기대도 안 했는데 정작 한국으로 발견한 강에 한강 이름 붙는 걸 직접 보니 생각도 못하게 감동적이었다. 문명에는 바로 이런 뽕이 필요했다.

새로 추가된 문명 중에는 마오리와 헝가리, 잉카를 플레이 해봤다. 모두 특색 넘치게 잘 만들어진 문명들이었다. 특히 헝가리로 도시국가들과 함께 했던 전쟁은 내가 해본 문명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신나는 플레이 경험이었다. 이럴 능력이 있는데 선덕은 대체 왜 그 모양으로 만들어놨나 싶다.

물론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사실상 해수면 상승뿐인 것은 아쉽다. 가뭄 등 다른 자연재해에도 영향을 미친다고는 하나 체감하기 어렵다. 자원 고갈이나 사막화 정도는 구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문명3에도 그 정도 시스템은 있지 않았나? 지진은 또 왜 없지? 분명히 트레일러에도 나왔는데?

문명 시리즈의 고질병인 후반의 지루함도 여전하다. 새로 추가된 외교승리는 더 늘어진다. 바뀐 과학승리도 마찬가지다. 문화승리는 락밴드의 등장으로 전보다 훨씬 재미있고 능동적으로 바뀌었지만, 이 락밴드의 효과가 너무도 강력한데다 저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이 게임은 아직 미완성이다. 패치든, DLC든, 3번째 확장팩이든, 뭐가 더 나오긴 나와야 한다.

메타크리틱을 찾아보니 83점이다. 이 정도면 적당한 점수인 것 같다. 자연재해도, 지구온난화도, 새 문명들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다. 들리는 풍문으로는 3번째 확장팩도 나온다니 더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솔직히 이번에는 동로마제국 등장할 듯.

덧글

  • 루루카 2019/03/06 12:55 # 답글

    해본 중 해안 방어의 가장 좋은 방법은, 도시 국가 발레타 종주국 + 신앙 조합이었어요.
    발레타 종주국 보너스가 신앙으로 도심지 건물 구매인데, 그 도심지 건물에 제방이 포함되거든요.
    제방 하나 만드는데 이것저것 종교 관련 트리 타놓으면 200 이하까지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최소한 자신의 제국 해안선은 100% 방어가 되더군요. 물론, 지도에 발레타가 등장했을 때만 가능하지만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DLC 꽤 만족해요.
    말씀처럼 온난화 효과가 해안선에 치중된게 좀 단순한 것 같지만 그게 생각보다 꽤 큰 디메릿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런저런 자연 재해 효과가 있어서 후반까지 신경 쓸 거리들도 있고
    나름 재밌게 하고 있네요~

    3번째 확장팩이라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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