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월 “로마 제국의 비혼과 저출산”이라는 게시물에서 “로마 성 풍속사”(오토 키퍼 저, 정성호 역, 2004)을 옮기며 로마 제국이 겪은 오늘날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렇게 글을 이글루스에 올리고 얼마 되지 않아, 어느 분인가 트위터를 통해 질문하셨다.
“재미있는 주제네요. 그러면 로마 제국은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요?”
그러고 보면 그렇다. 아우구스투스의 결혼 법령이면 무려 기원전 1세기의 일이다. 당시 로마 제국은 이제 겨우 제국의 막을 열었을 뿐이었다. 말이 안 된다. “기원전 1세기부터 저출산이면 인구 유지는 어떻게 하냐? 나라 망한다!”
그리고 오늘에야 드디어 그 질문에 답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로마 제국은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해결 못했다.
이번에 읽은 책 “중세의 사람들”(아일린 파워 저, 이종인 역, 2010)의 1장, ‘중세 이전의 사람들: 로마 제국의 쇠퇴기를 살았던 마지막 문명인들’의 일부를 아래 옮긴다.
로마 사회가 쇠퇴하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예는 로마 시민들의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우구스투스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 이르는 평화와 번영의 시기가 끝나기 오래 전부터도 제국의 인구는 줄어들고 있었다. 그래서 아우구스투스는 대가족을 거느린 피에솔레의 한 가난한 노인을 불러 의사당 앞에서 잔치를 베풀어 주었다. 떠들썩하게 대가족을 홍보했던 것이다. 그 노인은 8명의 자녀에 손자가 36명, 증손이 18명이었다. … 출산율을 높이려는 아우구스투스의 법령이 오래 지속되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법령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그 후 3세기 동안 문서로 남아 있었고 또 체계적으로 보완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그런 법령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을 방증하는 것이다.
로마 제국 내에 독신자 비율이 아주 높았고 기혼자들의 출산율은 계속 떨어졌다. 현대의 작가들이 개탄해 마지않는 자녀 없는 가정과 소규모 가정이 많았다. 영국의 정치가 실리(Seeley)는 이런 멋진 표현을 남겼다. “인간의 추수는 나빴다.” 모든 계급에서 인간의 추수는 좋지 않았다. 특히 교육을 많이 받고, 가장 개화되고, 종족의 지도자가 될 상류 계층에서 아이를 낳지 않았다. …
자연 이런 질문이 떠오르게 된다. 왜 로마 문명은 번식 능력을 상실했는가? 폴리비우스가 말한 것처럼, 로마인들이 자녀보다 오락을 더 좋아해서, 혹은 자녀를 안락하게 키우기 위해서였는가?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는 부유층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자녀 욕심이 없었다. 그들은 오락과 안락을 둘 다 소유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이 너무나 절망하고 낙담하였기 때문인가? 그들의 문명을 더 이상 믿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매일 전쟁이 벌어지는 세상의 어둠과 비참함 속으로 아이를 인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제국에 미치는 다른 나쁜 사항들과의 상관관계는 알 수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 제국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행정 비용이 그렇지 않을 때(인구가 많을 때)보다 훨씬 상승한다. 들판에 사람이 없고 군단 내에 병사가 없으면 국경 수비가 더욱 힘들어지는 것이다.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로마의 통치자들에게는 야만인들의 피를 수혈하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었다. 처음에는 소량을 수혈했으나 점점 더 많이 로마의 혈맥 속으로 들어와 마침내 그 혈관 속을 흐르는 피는 로마인이 아니라 야만인의 것이 되고 말았다. 게르만족이 제국 내로 들어와 변경 지역에 정착하며 들판을 경작하고, 처음에는 용병으로 뛰다가 이어 제국 군단의 정규군으로 활약하였다. 나아가 국가의 고위직을 차지하면서 군대는 야만인들의 차지가 되었다. 현대의 저술가 모스 씨는 한 이집트 어머니의 불평을 전하고 있다. “야만인들을 따라 군대에 간 내 아들을 돌려다오.” 그 아들은 로마 군단에 입대하였다!
군단은 야만화되었고 이어 황제도 야만화되었다. 그들이 볼 때 황제는 더 이상 존엄한 법률의 장엄한 구현체가 아니었다. 황제는 그들의 지도자이자 총통이었지만 동시에 황제를 그들의 방패 위에서 가지고 놀았다. 군대가 야만화되면서 민간의 풍습도 야만화되었다. 397년 호노리우스 황제는 로마 시내에서는 게르만 복장을 입어서는 안 된다는 칙령을 내려야 했다. 결국 절반은 야만화된 로마 제국은 야만인들을 상대로 국경을 방어하기 위해서 야만인들을 동원해야 했다.
그랬다. 당연히 안 망했다는 시각으로 분석하려고 하니까 말이 안 된 것이다.
“인구 유지는 어떻게 하냐?” → 못했음
“나라 망한다!” → 망했음
제국으로 거듭난 그 가장 찬란한 영광의 순간에, 로마 제국은 이미 쇠락의 내리막길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가, 어쩌면 우리 종 전체가 뒤따를지도 모르는 길이다.





덧글
그리고, 안락함과 오락을 누리고도 삶의 권태를 품는 로마 귀족을 보니, 모든것을 다 가졌거나 불합리, 불편에서 자유로워진다 해서 인간의 영혼이 성숙해지는건 아닌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