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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엔딩 / 미주

#이 소설을 고쳐쓰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처음 썼을 때 제목은 <내가 발딛은 지금 이곳, 다시 그대에게>, 그 다음은 띄어쓰기만 달라진 <내가 발 딛은 지금 이곳, 다시 그대에게>였다. 이번 제목은 새롭게 <이세계 엔딩>이 됐지만, 줄거리는 모두 비슷하다. 이세계로의 도피, 첫 살인의 충격, 상상했던 판타지...

이세계 엔딩 / 에필로그

#문을 열어젖힌다.“─루시아!”소리쳐 찾는 것은 그 소녀였다. 한 달이나 눈을 뜨지 않던 소녀가, 겨우 깨어났다고: 그 말을 듣자마자 내 방을 뛰쳐나와 여기까지 달려왔다. 좁아진 시야에 아직도 적응 못한 몸으로 몇 번이나 넘어질 것처럼 되면서도 필사적으로 뛰어, 겨우 이렇게 그 소녀 앞에 다시 선 것이다.“루, 시─,”내게 이름을 불린 소녀가 ...

이세계 엔딩 / 9

#이 세계에 온 지 여섯 달.나는 부서진 세계 한가운데 떨어졌다.순간이동의 마법을 빠져나오자 그라운드제로가 있었다. 세계의 끝처럼 산산이 부서진 대지가, 무너진 성벽이 보였다. 어디에나 시체가, 죽음이 가득했다. 공주를 지키던 친위대도, 공주가 지키던 황금의 성문도, 모두 독수리의 휘장과 함께 찢겨 흩어져 있었다. 그 폐허의 한가운데서, 그것이...

이세계 엔딩 / 8

#시간이 정지했다. 인간의 환호도 오크의 비명도 질식당했다.그것은 에리카와는 전혀 다른, 압도적인, 공포.멀어서 보이지는 않지만, 알 수 있었다. 마법사의 모든 신경이 비명지르고 있었다. 그것이 저기 있었다. 정체를 숨겼던 흑막으로부터 비로소 마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 마력, 저 질량, 저 압도적인 존재감은, 흡사 지상에 현현한 블랙홀.&nb...

이세계 엔딩 / 7

#“─에리카!?”소스라쳐 손을 뿌리치고 소리질렀지만, 소녀는 듣지 않고 그대로 나를 끌어안아버렸다. 아까 자기를 안았던 나를 따라하기라도 하듯. 마법사의 속박을 풀고 요정처럼 내 품에 내려온 에리카는 너무나 작고 약해서, 언제나의 자신만만하던 어린 용이라는 게 거짓말 같았다. 함부로 다루면 망가질 것만 같은 그 가녀린 몸은, 떨고 있었다.“왜,...

이세계 엔딩 / 6

#용의 마법은 인간의 마법과는 차원을 달리 하는 기적. 비유한다면 차라리 북풍이나 태양에 가까운, 거부할 수 없는 숙명 그 자체. “───! ──! ────!” 소리가 되지 않는 비명을 질러보지만, 에리카는 들어주지 않았다. 루시아도, 공주의 자줏빛 방도, 눈부신 대리석의 왕궁도, 모두 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였다. 처음 나를...

이세계 엔딩 / 5

#별궁에서 돌아온 그날 밤, 나는 쓰러졌다.정신을 차렸을 때는 메이드들의 하얗게 질린 얼굴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메이드들은 울 것 같은 얼굴로 이게 열병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이세계 풍토병의 예방접종 따위는 맞은 적 없었다. 그동안 아무런 병도 안 걸린 게 차라리 기적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동안은 에리카...

이세계 엔딩 / 4

#타앙!“크윽─!”공주는 내동댕이쳐졌다. 갑옷도 아무것도 없이 대리석의 바닥에 부딪힌 그 작은 등이 고통스럽게 휘었다. 에리카는 멈추지 않았다. 마치 사냥감을 덮치는 맹수처럼, 날아오른 붉은 머리칼의 소녀는 용서 없이 콰악! 루시아를 내리찍었다.“카학!?”명치를 찍힌 루시아는 숨 막힌 비명을 삼켰다.저가 깔고 앉은 인간 공주를 노려보며...

이세계 엔딩 / 3

#에리카가 떠나고 이틀이 지났다. 아니, 어쩌면 사흘. 혹은 나흘.그동안 나는 저택의 골방에 틀어박혀 계속, 계속 에리카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리카는 돌아오지 않았다. 내 잘못이다. 에리카에게 사과해야 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에리카가 없으면 이 세계에서 뭘 해야 할지, 이제 아무것도 ...

이세계 엔딩 / 2

#전쟁이 끝났다.─리고스 제국 만세!나는 살인자가 되었다.─공주 전하 만세!내 명령으로, 내 마법으로 수백, 수천, 수만 명이 죽었다. 결국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더 많이 살아있었다.그러나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건 시체뿐이었다. 아군도 적군도 없는, 그냥, 죽음뿐이었다.─<한국공> 만세!그런 웃기지도 않은 이름으로 나를 부르는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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